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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열전

다시서기상담보호센터 미소꿈터 이수범 사무국장을 만나다

다시서기상담보호센터 미소꿈터 이수범 사무국장을 만나다.

 

취재 : 장동만

사진 : 성유숙

 

소방안전교육을 마치고 나온 이수범 사무국장이 반갑게 맞이한다. 밝은 얼굴이 사람의 마음까지도 편안하게 해준다. 처음 만나는 인연이었지만 오랜 친구를 만난 듯 기분 좋은 첫 인상이었다. 미소꿈터는 노숙인들 중에 결핵에 걸려 복약치료가 필요한 분들을 위한 곳으로 결핵복약치료를 통한 완치와 심신회복을 위한 요양, 퇴소 후 자립생활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하여 설립되었고 이수범 사무국장은 다시서기상담보호센터에서 2005년부터 지금까지 일해오고 있다. 운영팀, 사업팀, 현장팀, 진료소 등 다양한 현장경력은 다시서기상담보호센터 만의 직원순환업무시스템에 기인한다. 원래 그는 무인경비회사에서 8년간 일반 직장생활을 하였다. 지금의 약 2배 정도의 급여를 받으며 나름 안정적인 생활을 해왔던 그가 이토록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꿈꾸어 오던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갈급함 때문이었다.

 

“내 마음 속에 이타적인 삶에 대한 욕구가 끊임없이 일어났지만, 실행하지 못함이 늘 가슴 한 켠에 남아있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늘 채워지지 않는 그 욕구에 대한 목마름이 지금의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준 원동력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결정을 함에 있어 가족들이 적극적인 찬성을 해주지는 않았지만 결국 모두들 저를 믿어주었고 지지해 주었지요. 쑥스러워서 겉으로 표현은 하지 못하였지만 아내와 아이들에게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단호하게 대답하였다.

 

“생활적인 측면에서 애로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결코 후회한 적은 없습니다. 물론 이 일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복합적이고 중층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노숙인을 상대하기란 어려운 일이지요. 하지만 제겐 더불어 살아감을 일깨워주는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리고 그 일에 제 힘이 보태어지고 있다는 것에 늘 감사합니다.”

 

2007~8년도 경, 거리상담을 통해 만난 한 여성 노숙인에 대한 기억은 그가 선택한 이 길에 대한 짙은 애정이 묻어난다.

 

“처음에는 정신질환이 있는 줄 알았어요. 여기 저기 시설과의 연계도 해보았지만 적응하지 못했지요. 결국 우리센터에서 보호 결론을 내리고 쪽방을 구해 직접 케어하였습니다. 그렇게 2~3개월을 보호하던 중에 그녀가 정신질환 환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고아로 태어나 어려웠던 환경 속에 내몰려 결국 노숙생활까지 하게 된 것이었지요. 여성의 노숙생활은 남성들보다 더 고통스러운 상황에 노출됩니다. 그녀 나름대로 그 상황을 피하기위해 불규칙해진 생활이 그녀를 마치 정신질환자처럼 느끼게 만들었던 것이었어요.”

 

<미소꿈터 이용자와 함께 팔씨름을 하고 있는 이수범 사무국장>

 

갖은 고생으로 지문이 다 닳아빠진 그녀는 지문감식기가 있는 경찰청을 찾고 나서야 겨우 열 손가락 지문을 날인하고 주민등록증을 발급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고아인 그녀를 위해 그녀가 살고 있는 용산쪽방을 본관으로 하는 호적도 만들어 주었다. 그녀는 지금 조건부 수급자가 되어 지역의 주민으로 당당하게 생활하고 있다.

 

“고맙다는 표현조차 서툴러 하지 못하던 그녀가 어느 날 제게 수줍고 쑥스럽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더군요. 우리에게는 너무나 익숙하고 간단한 그 말이 그녀의 입에서 나오기까지 장장 5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 순간의 기쁨은 정말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이었지요.”

 

그에게 이후 꿈과 포부를 물었다. “이 분들보다 저의 처지가 훨씬 좋습니다. 그래서 사회에 대한 환원이라는 생각도 오만함일지도 모릅니다. 그저 모두가 사람인 것입니다. 가진 것과 가지지 못함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지만 삶에 대한 고민은 우리 모두 다르지 않습니다”

 

<미소꿈터 직원들과 함께>

 

그는 자신의 꿈을 묻는 질문에 원대한 답변을 내놓지 못함을 미안해하였다. 하지만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모두가 사람으로서의 권리를 누리고 사는 세상을 만드는 일이 그리 만만치 않음을... 그래서 그의 활동이 우리 모두에게도 너무도 소중한 일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