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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를아시나요

내가 전부가 아님을 인정하는 교회, 성공회

“내가 전부가 아님을 인정하는 교회, 성공회”
대한성공회 서울교구 교육훈련국

 

  

 

여름 장마가 시작됐는데, 혹시 비 피해는 없으세요? 여름 장마 때 종종 사용하는 우산 얘기로 시작할까 합니다. 교육훈련국 사무실은, 시청에 있는 성공회 서울교구 주교좌교회 옆 건물 2층에 있습니다. 그래서 소나기가 시작되면 잠깐 창가에 서서 지나가는 사람 구경을 할 기회가 있죠. 그러다가 재미있는 광경 하나를 봤어요. 사람들이 제각기 우산을 쓰고 지나가다가, 조금 특이한 모양이나 색깔의 우산을 쓴 사람이 지나가면 하나같이 고개를 돌려 위아래로 훑어보더군요. 우리나라도 이제 유교와 억압적인 군사문화로부터 꽤 자유로운 분위기가 됐지만, 아직까지도 뭔가 좀 튄다 싶으면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말해주는 일화죠. 그 특이함이나 다름이 누군가에게 큰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님에도 말이에요. 최근에 성공회 서울교구 교육훈련국에서는, 교재 형태로 된 성공회 입문서에 해당하는 [SOMETHING IN COMMON]이란 책을 번역 출판했습니다. 그 시작부분에 이런 문구가 있어요. “성공회 신자라 하더라도 자신이 경험한 성공회가 다가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8쪽) 이건 성공회가 시작된 영국 성공회 신자에게도 해당하는 얘기입니다. 전 세계 165여 개국, 약 8천 5백만 명의 세계 성공회가 시작된 곳이 아무리 영국 성공회라도, 38개 지역 이상의 독립적이고 자치적으로 운영되는 전 세계 성공회 교회를 전부 아우를 수도 실질적으로 대표할 수도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성공회 신자라면 누구나, 내가 경험하고 아는 것과는 전혀 다른, 있는 줄도 몰랐던 모습의 성공회 신자와 성공회 교회가 있을 수 있음을 가르칩니다. 내가 아는 바나나만이 ‘진짜 바나나’이고, 다른 품종의 바나나들은 문제가 있거나 ‘가짜 바나나’라고 생각하면 안 되는 것처럼 말이죠. 원래 바나나의 품종은 매우 다양한데, 여러 가지 이유로 한 품종의 바나나만 경험하고, 그것만이 진짜라고 우기는 것처럼 우스운 일도 없을 테니까요. 이런 이유로, 성공회의 핵심 중 하나는 ‘포용성’이랍니다. 항상 세상에는 나와 다른 생각이 존재하고, 그런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대화하기를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는 걸 나타내는 포용성 말이에요.